"연주할 때마다 새로운 베토벤 발견"

입력 2023-06-28 18:23   수정 2023-06-29 00:59

28일 서울 압구정동의 한 스튜디오. 양복을 차려입은 백발의 노(老)신사가 피아노 앞에 앉더니, 베토벤 소나타 17번 템페스트 3악장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10분 남짓 이어진 연주는 왜 ‘이 시대 최고의 베토벤 해석자’란 수식어가 그의 이름 앞에 붙는지를 설명해줬다.

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77·사진)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들고 한국을 방문했다. 부흐빈더는 이날부터 7월 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일곱 차례 연주를 통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총 32곡)을 들려준다.

이번 공연은 그의 60번째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다. 1970년대부터 세계 각지에서 이 곡을 연주해온 그는 1980년대 베토벤 소나타 전곡 음반을 발매했고, 2014년에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이 작품을 최초로 전곡 연주했다. 이처럼 평생을 베토벤 탐구에 매진하고 있는 그가 강조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새로움’이었다.

“베토벤은 혁명적이고 인간적인 작곡가예요. 그래선지 수도 없이 연주했지만, 단 한 번도 질린 적이 없습니다. 베토벤의 음악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나 우주처럼 한계가 없습니다. 100년도 넘은 옛 음악과 함께 살고 있는데, 연주할 때마다 새로운 걸 발견해요.”

부흐빈더는 베토벤을 연구하는 수많은 연주자 중 한 명이 아니다. 그보다는 ‘우리와 함께 사는 이 시대의 베토벤’이란 표현이 더 그럴듯하다. 그는 베토벤 소나타 악보 판본을 39개나 수집하며 심도 있게 연구했다. 자신이 공부한 베토벤의 악상 표현, 템포, 곡의 부제 등 베토벤과 관련한 지식을 취재진 앞에서 술술 읊기도 했다. “베토벤이 방에서 뭘 하는지 24시간 관찰하는 게 소원”이라고 말할 정도다.

그는 ‘대기만성형 거장’이기도 하다. 지난해에는 세계 최고 클래식 음반사인 도이치그라모폰(DG)과 전속계약도 맺었다. 칠순이 넘은 나이에 ‘DG 아티스트’가 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부흐빈더는 “내 삶은 항상 작게 시작했지만, 크레셴도(점점 세게)처럼 점점 세졌다”며 “나의 스승은 무대다. 한국 공연에서 얼마나 많은 걸 새로 배울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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